며칠 전에 우연히 스트리밍 목록을 보다가 오랜만에 <프리 윌리>를 발견했습니다. 예전에 TV 틀면 가끔 나오던 영화라 막연히 “아, 그 고래 뛰어넘는 영화”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시 보니까 느낌이 꽤 달라지더라고요. 특히 어릴 땐 단순히 ‘멋있다’ 정도로만 생각했던 장면들이 지금은 좀 더 복잡하게 와닿아서, 괜히 혼자 조용히 몰입하게 됐습니다.
제시와 윌리의 관계가 은근히 현실적이다
영화 초반에 제시가 방황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사실 이런 아이 설정이 영화에서 흔히 쓰이긴 하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에서의 제시는 대사나 행동이 오히려 담백해서 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괜히 과장된 감정 터뜨리는 장면 없이, 그냥 “저 나이라면 실제로 저럴 수도 있겠다” 싶은 느낌. 그러다 수족관에서 우연히 윌리를 만나는데… 처음부터 울컥하고 이런 건 아니고, 어쩌다 눈 맞추고 조금 다가갔다가, 다시 멀어졌다가, 그런 과정을 천천히 보여줘요.
저도 강아지 처음 키울 때 비슷한 경험이 있었거든요. 마음을 열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갑자기 스르륵 풀리는 느낌. 제시와 윌리 사이에도 그런 흐름이 있어서 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유명한 ‘방파제 점프’ 장면, 어릴 때와 느낌이 다르다
대부분 이 영화를 떠올리면 마지막 장면을 가장 먼저 말할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였는데, 다시 보니까 그 장면이 단순한 하이라이트가 아니라 제시의 성장과 결심 같은 게 다 섞여 있더라고요. 어릴 때 본 그 장면은 그냥 “와!” 하는 장면이었다면, 지금은 “놓아준다는 건 이런 건가” 싶은 마음이 생겼달까요.
사실 현실에서는 고래가 저렇게까지 뛰어올라 탈출한다는 게 가능하진 않겠지만, 영화니까 가능한 상징적인 장면이라 그 자체로 의미가 큽니다. 제시의 용기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윌리에게도 자기 선택권이 생긴 순간처럼 그려져서요.
다른 의미로 마음이 남는 이야기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엔딩 이후 실제 고래 ‘케이코’의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를 알고 나서 다시 영화를 보면 기분이 좀 묘해요. 영화를 계기로 실제 범고래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려 했지만 결국 적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영화 속 감동과는 또 다른 현실을 보여주거든요.
그래서인지 프리 윌리를 다시 보면 단순히 동물과 소년의 우정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우리가 “감동”이라는 이름으로 소비하는 장면 뒤에는 어떤 현실이 있는지…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처음 봤을 때는 몰랐던 부분이 나이가 들고 다시 보니까 더 크게 와닿더라고요.
가볍게 보기에는 조금 감정이 묵직한 면도 있지만, 그래도 오래된 영화들 중에서 지금 다시 봐도 제법 잘 버티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유 있을 때 한 번쯤 천천히 다시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